▶출처: chosen.com 땅집GO
▶입력: 2018.07.04
▶글: 이지은 기자
▣ 기사원문 ▣
지난달 28일 오전 8시 30분 지하철이 5호선 마곡역에 정차했다. 꾸벅꾸벅 졸던 승객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일제히 일어나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마곡역 2번 출구로 걸어나온 이들은 500m 정도 떨어진 흰색 건물로 들어갔다.
이 건물은 마곡지구 LG사이언스파크. 현재 1만70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건물 연면적이 17만㎡(5만3000평)로 축구장 24개 크기다. 작년 10월 LG전자를 시작으로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총 8개 계열사가 입주해 ‘마곡 시대’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다.
LG사이언스파크는 올 4월 20일 출범식을 가졌다. 마곡지구 입주 예상 기업은 136개. 현재 41개 기업이 입주를 마쳤다. 내년이면 에쓰오일, 이랜드, 귀뚜라미 등 기업 지사와 R&D센터도 입주한다. 마곡지구에는 아직 공사가 한창이어서 곳곳에 대형 크레인 등 건설 중장비와 건설 인력들이 오가고 있다.
▶ 4억원에 분양한 아파트 호가 12억원 넘어
지난 4월부터 다(多) 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가 시행된 이후 서울 주택시장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마곡은 지금도 집값이 오르고 있다. SH(서울주택도시공사)는 마곡지구 아파트 브랜드로 ‘엠밸리’(M.Valley) 총 1만2000여 가구를 분양했다. 마곡엠밸리 아파트 전용 84㎡ 분양가는 4억원 초중반대였지만 현재 10억원 밑으로는 매물이 거의 없다.
지하철 9호선 마곡나루역과 가장 가까운 마곡엠밸리7단지(2014년 6월 입주) 전용 84㎡ 분양가는 4억~4억3000만원이었다. 하지만 올 3월 9억9500만원에 실거래됐다. 10단지와 12단지도 같은 크기 주택이 5월 9억9000만원, 4월 10억원에 각각 팔렸다.
마곡지구에서 유일한 대기업 브랜드 아파트로 ‘대장주’격인 마곡힐스테이트(2015년 12월 입주)는 작년 9월 8억5500만원에 거래되던 전용 84㎡가 올 2월 10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10억원을 돌파했다. 올 5월엔 역대 최고인 11억2000만원에 팔렸다. 1년 만에 2억6500만원이 올랐다.
마곡동의 마곡GMG공인중개사사무소 유현 대표는 “부동산 규제가 강력해 거래 자체는 활발하지 않지만 집주인들은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확신하는 경우가 많다”며 “84㎡ 아파트가 12억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서울 변두리였던 마곡지구 집값은 현재 강남 외곽지역보다 비싸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마곡동 아파트값은 3.3㎡(1평)당 시세는 2480만원 정도다. 송파구 외곽인 가락동(2382만원), 오금동(2422만원)보다 비싸다.
▶“상권은 고전 중…5년 정도 있어야 안정될 것”
가격이 치솟는 주택 시장과 달리 마곡지구 상권은 아직 고전 중이다. 기업들이 입주를 시작했지만 상권은 여전히 ‘점심 상권’에 불과하다. 마곡지구 상가들은 점심시간에는 북적거리지만 오후 5~6시만 되면 회사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마곡역 인근의 한 식당 주인은 “직장인들을 쓸어담아 사라지는 퇴근 셔틀 버스를 없애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마곡지구 상가 월세는 광화문 일대보다 비싸다. 지하철 5호선 마곡역, 9호선 마곡나루역 인근 10평 상가 임대료는 월 300만~400만원, 권리금은 5000만원에서 1억원 안팎이다. 지난해 말 기준 종각과 광화문 상가 평균 임대료가 3.3㎡당 각각 19만4700원, 12만8700원인 것과 비교하면 두 배 가량 비싸다. 마곡나루역 인근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광화문, 종로의 임대료 두 배를 내고 들어온 상가 주인 입장에선 점심 장사만으로 월세 내고 버티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LG사이언스파크 내에 사내식당, 카페, 편의시설이 풍부하다는 점도 상인들의 불만이다. LG전자에서 근무하는 이모(27)씨는 “사내 식당 메뉴가 20가지 정도로 많고, 커피값도 500원에 불과해 회사 밖으로 나가지 않는 직원도 제법 있다”고 말했다.
마곡지구 상가들은 고전 중이지만 미래를 보고 버티는 경우가 많았다. 통상 신도시나 택지개발지구 상권이 1~2년만에 자리잡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런 곳에선 짧게는 2~3년, 길게는 5년 이상 돼야 상권이 활성화한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마곡은 다른 택지지구나 신도시보다 호재가 많은 편”이라며 “당장은 어렵지만 기업이 계속 들어오고 이대마곡병원(2019년), 스타필드마곡(2023년) 등이 오픈하는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급등한 집값에 피로감 커…앞으로 더 오를까”
최근 급상승한 마곡지구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를 수 있을까. 이 지역 집주인과 부동산 중개업자들 사이에는 현재가 최고점이라는 의견과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나 수도권에서 마곡지구처럼 기업이 대거 입주하는 택지지구가 없다는 점에는 모두 동의했다.
남아 있는 호재도 있다. 올 9월 공항철도 마곡나루역이 개통한다. 같은 달 여의도 2배인 보타닉공원도 문을 연다. 마곡지구 중심부의 특별공급부지(8만2724㎡)는 SH가 MICE(공연·컨벤션시설)와 5성급 호텔, 쇼핑시설을 갖춘 랜드마크로 육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미 강남 외곽 수준까지 치솟은 아파트 가격은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마곡지구 호재는 대부분 시장에 반영돼 집값이 ‘폭등’ 수준으로 올랐고 매수자나 매도자 모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며 “장기간 숨고르기 장세에 들어갔다가 지구 조성이 끝날 무렵 다시 한번 시장이 반응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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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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